엄마에겐 불가능이 없다!

카테고리: 에세이 및 간증

우영이가 흐뭇한 미소로 맥주를 가리키고 있다

우영이가 흐뭇한 미소로 맥주를 가리키고 있다

정우영군은 2011년 5월 9일에 육군에 입대하였다. 논산 훈련을 마친 후 제독병 훈련을 수료하고 육군 모 사단에 자대 배치된 것은 늦은 여름이었고, 자대 첫 면회가 허락된 것은 공교롭게도 2011년 추석날인 9월 12일이었다. 우리는 (사실은 아내가) 음식을 한 보따리 준비하여 차에 싣고 부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을 때 “얘가 맥주를 좋아하니 몇 병 사갈까?” 하는 의논을 했지만, 이등병이 자대 첫 면회에서 어찌 감히 맥주를 마실 수 있으랴는 생각에 콜라 등 음료수만 잔뜩 사서 차에 실었다. 면회실에서의 꽤 오랜 기다림 끝에 우영이를 만나, 부대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데려다 음식 보따리를 풀어 놓았는데, 이 녀석이 한참 이것저것 먹더니, “혹시 맥주 없어?”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깜짝 놀라 “여기서 맥주 마셔도 돼?” 했더니, 이 신참 이등병 대답이 “면회 때 조금 먹고 들어오는 건 괜찮던데…”였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속으로 “아이쿠, 몇 병 사 올 걸 그랬구나”하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니 미처 사 오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때의 우영이의 아쉬운 얼굴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기적은 거기서부터 일어났다. 짐을 가져 오려고 아내와 함께 차로 갔는데, 갑자기 아내가 의자 밑을 살피기 시작한다. 이 사람이 뭘 찾나 하는 순간, 아내의 손에는 맥주 한 캔이 들려 있었다. 그것도 우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체코 맥주 Pilsner Urquel! (사진에서 우영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놈). 추석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그 전날 홈플러스에 가서 맥주를 잔뜩 사왔었는데, 한 캔이 차가 흔들릴 때 장바구니에서 빠져 나온 것이었다. 도대체 왜 아내가 갑자기 차 의자 밑을 뒤졌는지, 그 엄마의 육감의 영역을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엄마의 기도에 순간적으로 응답하신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성화 봉송하듯이 이 한 캔을 소중히 카페로 가져가서, 아내는 음식 담아온 cooler를 이용하여 속성 냉장을 시작하였고, 우영이의 얼굴은 활짝 피어났다. 이 사진은 그렇게 시원해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이등병의 모습을 내가 찍은 것이다. 더 재미있는 일은 면회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차에 돌아왔을 때 일어났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내 눈에 의자 밑에 있는 또 다른 맥주 한 캔이 보이는 것 아닌가? 아, 엄마는 초능력자이고, 하나님은 참 유머 감각이 뛰어난 분이시다.

글 정진욱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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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dmin@withsens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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