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선교사는 남편 박제현 선교사, 딸 향유, 아들 스데판과 함께 아프리카 기니비사우에서 사역을 하고 계시며 올해부터 우리교회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이십니다. 이번에 목사님께 보내오신 편지글입니다.
목사님,
평안하시지요?
지난달에 저희 세네갈에 휴가 다녀왔습니다. 같은 아프리카인데도 거긴 여기와는 많이 다른 곳이었습니다. 간 김에 저희 WEC에서 운영하는 선교사 자녀 학교도 다녀왔습니다. 거긴 영국학제를 따르고 있는 학교인데요. 향유가 언제쯤 그곳에 가는 것이 좋을지 의논도 하고, 향유에게 학교도 보여주며 마음의 준비를 시키려는 의도였습니다.
휴가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기껏 쉬려고 찾아가는 곳이 미션 본부에 가서 며칠 쉬었다 오는 게 고작이었지만, 전기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대단한 차이더라구요.^^ 여기서 한 삼년 살다보니 저희가 얼마나 기니비사우화 되어 있었던지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촌사람 그대로였습니다. 무엇을 보며 사는지에 따라 사는 모습이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 살 때도 전혀 도시틱하지 않았던 제가 시골에서 그것도 최빈국의 시골에서 살다보니 최강 촌사람이더군요ㅋㅋ
향유와 스데반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데반은 겉은 한국인인데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지인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추구하는 바를 추구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직은 가족의 범위 내에 있어서 그나마 덜하지만 조금만 더 크면 내 아이가 낯설어 질 것 같습니다.ㅠㅠ
향유도 점점 현지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어서 조금은 슬퍼집니다. 최근 들어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밥을 우리끼리 따로 해서 먹고 있는데 우린 된장국만 먹어도 밥 먹은 것 같고 좋은데, 향유와 스데반은 점심, 저녁 두 끼를 다 한국식으로 먹으니까 힘들다면서 현지인 식의 밥을 찾습니다. 저희 딸 향유 맞나요? ㅠㅠ
한동안 미루어 두었던 목사님 설교문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올해로 첫 번째 텀을 마무리하고 내년 한국에서 안식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텀 사역은 어디에서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섬기고 있는 발란타마네 족을 떠나 다른 부족을 섬기는 부분을 기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바파타라는 도시로 옮기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새로운 마음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 말고 갈릴리로 물러나라는… 바파타 인근의 시골 마을 쪽으로 마음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센터를 바파타(기니비사우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에 지어 놓고, 인근 시골 쪽에서 교회 사역과 전도를 하려고 했는데, 바파타 인근의 시골에서 집이랑 센터를 시작하는 걸로 마음이 움직여지고 있습니다. 좀 더 기도해 보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결정하려고 합니다.
스데반의 엉뚱한 질문으로 인해 제 자신이 정말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감한 질문, 제가 전에 전혀 의문을 가지지 못했던 부분을 자꾸 물어와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대답하기 상당히 조심스러운 질문들이 많아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스데반의 질문은 인간이신 예수님과 하나님이신 예수님에 대한 내용입니다. 섣불리 답했다간 신앙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 엄마가 거짓말장이가 되어 버리거나 예수님을 믿을 수 없는 분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삼위일체 하나
님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예리한 질문들을 하는지 스데반이 좀 독특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인간 예수님에 포커스를 맞추면 하나님 예수님과는 다른 모습이고 신성에 맞추면 인성은 사라지게 되는… 예수님은 사람이면서 하나님이라는 대답을 이해하기 쉽진 않을텐데…
“부활 후 하늘나라에 가셨으면 하늘나라에 아직도 계셔? 그럼 예수님은 눈에 보이셔? 하나님은? 성령님은? 우리는 하늘나라에 어떻게 가? 하나님을 믿는 게 어떻게 믿는 거야? 엄마 나는 하나님 믿고 있는데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야 해? 내가 하나님 믿고 있어? 예수님이 왜 우리 때문에 죽었어? 왜 예수님이 죽어야 우리 죄가 용서 받을 수 있어? 안 죽으면 안 돼?”
저는 다섯 살짜리 아들의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어떨 때는 대답을 못하고 맙니다. “글쎄 왜 그럴까? 스데반은 어떻게 생각해?” 하면서 슬쩍 빠져 나오게 됩니다. 혹시 이런 류의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 있을까요? 알고 있는 책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ㅠㅠ
한국에서는 별로 실감나지 않았던 열대야. 여기선 일 년의 절반은 열대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풍기라도 맘껏 틀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다음 텀에 와서는 태양열로 밧데리 충전해서 쓸 수 있는 냉장고, 삐소리(전기 잔량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 나는 경고음)를 겁내지 않을 만큼의 태양열 판과 밧데리를 준비해서 여차하면 에어컨까지 틀면 어떨까 하면서 점점 더 큰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산책을 나갔다가 현지인들의 고달픈 삶을 보면서 내가 희망하는 바가 얼마나 현지인들과 동떨어진 희망사항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골로 들어가려고 마음을 바꾸는 시점에 전기, 수도 시설을 갖춘 멋진 집이 얼마나 그들과 동화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꿀꿀해집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뭘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은데 제 생각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거지요. 전기와 수도시설을 갖춘 집에서 살고 싶거든요.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화장실 변기 물 퍼서 붓는 것도 싫고, 화장실 냄새도 싫고, 우기에 퀴퀴한 물 냄새도 싫어요. 코를 닫아주셔서 대체적으로 못 느끼고 살았지만, 한 번씩 느껴지는 싫은 냄새를 느끼면서 아무 냄새 안 난다고 스스로 코를 닫고 살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나님… 하나님…
이리하여 저는 오늘 하루 종일 꿀꿀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하나님은 아무 말씀을 안 하시더라구요. 물론 앞으로도 아무 말씀 안 하시겠지요? 하루 동안 하나님께 항복하지 않고 대항했습니다. 목사님! 저 선교사 맞습니까? 하나님께 대항하는 선교사도 이렇게 있네요.ㅎㅎ
벌써 기니비사우에서 한 텀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그들과 하나 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어 꿀꿀하고, 그들의 마음이 안 잡히고, 그들을 모르고 있는 것이 답답합니다. 내 방식을 포기하며 힘껏 여기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나는 여전히 여기 사람도 저기 사람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되어 있어서 힘이 듭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만 알아주시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도 잘하고 있지 않아서 부끄럽습니다.
오늘도 저 영미는 이래저래 꿀꿀한 마음을 하소연 하려고 목사님께 장문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밝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나이 들수록 사설이 길어지네요 ㅎㅎ
샬롬!
▶ 박재현․ 이영미 선교사 소개
– 성 명 : 박재현(1974. 7. 27) / 이영미(1970. 4. 1) – 소 속 :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 파송교회 : 전주동인교회 (www.edongin.or.kr) – 파송단체 : WEC국제선교회 (www.runkorea.org) – 파 송 일 : 2012년 3월 11일 – 선 교 지 : 서부아프리카, 기니비사우(Guinea-Bissau) – 가 족 : 박향유(2007. 1. 20), 박스데반(2011. 3. 11) – 연 락 처 : ixcross@hanmail.net(박재현), youngmi70@hanmail.net(이영미) (+245) 519-5954 – 후원계좌 : 501015-51-133411(농협:박재현) – 주 소 : Pastor Amos J. Park WEC International / Missão Evangélica CP 49, Bissau Codex 1001, Guinea-Bissau, West Afr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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